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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

나이브스 아웃 영화 리뷰│범인은 누구인가? 용의자의 편이 되는 추리영화

by HA:BIT 2026.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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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브스 아웃 포스터

 

 

추리 영화를 볼 때는 보통 “누가 범인인가”를 생각하며 보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이런 형식적인 추리 방식을 처음부터 비틀어 놓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게 무슨 스릴러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기존의 추리물과는 다른 흐름과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범인이 마르타를 걱정하게 되는 이유

베스트셀러 작가 할란 트롬비가 85번째 생일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되고, 탐정 블랑은 가족들을 차례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마르타의 증언 도중 할란의 죽음에 대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간병인인 마르타가 실수로 평소 약 대신 모르핀을 과다 투여했고, 할란은 그녀가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알리바이를 알려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부터 관객이 궁금해하는 것은 “누가 할란을 죽였는가?”가 아니라 “마르타가 이 사실을 끝까지 숨길 수 있을까?”로 바뀝니다.

 

여기에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하는 마르타의 특이한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추리의 공식은 더욱 달라집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익숙한 추리극의 흐름을 뒤집은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영리한 연출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이런 구조는 이야기를 끝까지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한다면 오히려 추리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족"이라는 말은 유언장 낭독 전까지만 유효했다

유언장이 공개되자 할란이 모든 재산을 마르타에게 남겼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가족들은 격분합니다. 마르타가 죽음에 책임이 있으면 상속을 못 받는다는 걸 알게 된 가족들은 상속 포기를 종용하고, 급기야 월트는 마르타의 어머니가 불법 체류자임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합니다. 평소엔 "가족 같은 사람"이라 부르던 태도가 돈 앞에서 그대로 뒤집히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핏줄로 이루어진 가족인데 재산을 한 푼도 물려받지 못한다고 하면 화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영화 속 가족들의 분노가 마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할까요? 

 

아쉬웠던 점: 너무 뻔해서 단순하게 보이는 가족들의 욕망 

다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족들의 위선은 제게 조금 단조롭게 느껴졌습니다. 가족들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마르타를 대합니다. 겉으로는 그녀를 가족처럼 아끼는 듯 행동하지만, 정작 돈과 상속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물론 인물마다 상황과 욕심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다 보니 각 인물의 개성이 선명하게 살아난다는 느낌은 덜했습니다.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이들을 보며 쉽게 비웃고 끝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힘이 조금 약해집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라는 생각은 들지만,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반드시 단점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영화《나이브스 아웃》은 무거운 사회 비판 영화라기보다 유머와 풍자를 섞어 만든 추리극에 가깝고, 다소 과장된 인물들이 이야기를 경쾌하게 끌고 가는 역할도 합니다. 다만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가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족들의 모습이 조금 더 서로 다른 욕망과 성격을 가진 인물들로 그려졌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풍자도 한층 더 날카롭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영화《나이브스 아웃》은 범인을 맞히는 재미보다 진실을 아는 사람이 어떻게 버티는가를 보는 재미가 더 큰 영화입니다. 위선을 그리는 방식은 조금 아쉬웠지만, 마르타라는 인물 하나로 그 약점을 상당 부분 메운다는 점과 추리영화를 독특한 방식으로 이끌어간 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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