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애비 콘, 마크 실버스틴
개봉일 2018년 6월 6일
장르 코미디, 로맨스
러닝타임 110분
주연 에이미 슈머, 미셸 윌리엄스, 로리 스코벨, 톰 호퍼
개인 평점 ★★★★☆
※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인다면
르네는 예뻐지고 싶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날씬하고 세련된 옷을 입고, 화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은 늘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먼저 찾아내고, 사진을 찍을 때도 자신 있게 웃지 못한다.
그렇다고 르네가 특별히 불행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친구도 있고, 직장도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다만 자신이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오래 시선을 두는 사람이다.
그런 르네에게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운동을 하다가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 뒤 깨어난 르네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얼굴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관객이 보는 르네는 사고 전과 똑같다. 체형도 그대로고 얼굴도 그대로다. 그런데 르네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정말 웃기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옷을 고르면서 “이걸 입으면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고민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너무나 당당하게 말한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면접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누가 자신을 쳐다보면 예뻐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웃으면 자신 때문에 웃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밉지 않다. 오히려 웃기면서도 통쾌하다. 왜냐하면 르네가 달라진 것은 얼굴이 아니라 자신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 달라진 것은 얼굴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르네가 자신을 아름답다고 믿기 시작하자 세상이 달라진다. 하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세상이 아니다. 르네가 달라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장치는 바로 이 부분이다. 관객은 르네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르네가 자신 있게 행동할수록 상황은 더 웃겨진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씩 불편한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에 보는 아름다움도 정말 객관적인 것일까.
르네는 사고 전에는 자신이 예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지 않았고, 원하는 일을 시도하기도 두려워했다.
그런데 사고 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고, 옷을 입을 때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런 르네를 이전과 다르게 대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영화가 꽤 정확하게 찌르는 지점이 있다. 사람은 외모만으로 자신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 생겼을 때 행동이 달라지고 그 행동이 다시 주변의 반응을 바꾸기도 한다.
르네가 갑자기 완벽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그저 이전에는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거절당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르네의 변화는 외모의 변화가 아니라 가능성의 변화에 가깝다.
✦ 자신감이 생기면 인생이 이렇게 웃겨질 수도 있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르네의 자신감을 너무 진지하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르네는 자신감이 생긴 뒤 완벽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은 너무 자신만만해서 민망한 상황을 만든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영화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특히 르네가 자신의 외모에 대한 확신을 얻은 뒤 행동하는 방식은 꽤 과장되어 있다. 그런데 그 과장이 오히려 우리가 평소 얼마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옷을 고를 때 누가 어떻게 볼지 생각하고,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나은 각도를 찾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기 전에 내가 괜찮아 보이는지부터 확인한다.
르네는 그 모든 과정을 갑자기 건너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라는 질문 대신 “당연히 괜찮은 사람이지.”라고 생각한다.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영화는 웃음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로맨스도 그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르네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게 된 뒤 남자를 대하는 태도도 완전히 달라진다. 예전이라면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지부터 확인했겠지만,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면 먼저 다가간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연애에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그 질문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괜히 밀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르네에게는 그런 두려움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 하나가 사랑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만들어준다.
✦ 그런데 자신감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화가 단순히 “자신감을 가지세요”라는 이야기였다면 조금 뻔했을 것이다. 다행히 〈I Feel Pretty〉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르네의 자신감은 어느 순간부터 지나친 자기중심성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만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르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기도 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자존감과 오만함의 차이를 보여준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는 다른 사람을 무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자신감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믿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부족함과 상처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에 더 가깝다.
르네가 겪는 여러 사건은 결국 그녀에게 이것을 가르쳐준다. 자신감이란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도 내가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이다. 이 차이를 깨닫는 순간부터 르네의 변화는 조금 더 진짜에 가까워진다.
✦ 예뻐져야 사랑받는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I Feel Pretty〉가 웃긴 영화이면서도 의외로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외모를 자신감과 연결해왔다. 예뻐지면 더 사랑받을 것 같고, 날씬해지면 더 행복할 것 같고, 좋은 옷을 입으면 더 당당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고친다. 화장하고, 다이어트하고, 옷을 바꾸고, 사진을 보정한다. 물론 자신을 꾸미는 일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꾸미지 않은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다.
르네도 그 생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작은 공간에 가둬놓았다. 원하는 직업을 꿈꾸면서도 자신이 그곳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사랑에서도 먼저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했다.
그런데 사고 이후 르네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자신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기에서 아주 재미있는 역설을 만들어낸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얼굴도 그대로고 몸도 그대로다. 그런데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르네에게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얼굴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이었다.
✦ 결국 가장 예뻐지는 순간은 나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
르네가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은 처음과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예뻐져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고 후에는 자신이 예뻐졌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감의 근거가 외모일 필요는 없다는 것. 누군가보다 예쁠 필요도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는 것. 내가 가진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나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I Feel Pretty〉는 제목부터 재미있다. “I Feel Pretty.” 나는 예쁘다고 느낀다. 중요한 것은 ‘예쁘다’가 아니라 ‘느낀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판정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감정일 수 있으니까. 물론 현실에서는 머리를 부딪힌다고 갑자기 자존감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설정은 황당하고, 르네가 벌이는 행동은 꽤 과장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황당함 때문에 메시지가 더 쉽게 들어온다. 우리가 평소 얼마나 많은 것을 외모와 연결해 생각하는지,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지를 웃으면서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영화가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예뻐져야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믿기 시작할 때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것. 르네가 끝내 발견한 가장 큰 변화는 거울 속 얼굴이 아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거울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라도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나도 생각보다 괜찮은데?” 어쩌면 그 순간부터 진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