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셰이너트
개봉일 2022년 3월 25일
장르 액션, 코미디, 판타지, SF
러닝타임 139분
주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개인 평점 ⭐⭐⭐⭐⭐ 5 / 5
처음 제목을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제목부터 영화가 얼마나 정신없이 흘러갈지를 예고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처음 보면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갑자기 다른 세계가 등장하고, 인물들이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액션과 코미디가 빠르게 이어집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다가도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쓸쓸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그런데 이 복잡한 영화가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더라도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영화는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설정을 이용하지만, 그 안에 담아낸 이야기는 한 가족의 관계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신없이 느껴지던 장면들이 영화가 끝날수록 하나씩 연결됩니다.
✦ 수많은 우주 속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
에블린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을 구할 능력을 가진 영웅도 아니고, 자신의 인생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도 아닙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남편과의 관계도 어딘가 어색하고, 딸과의 관계에서는 계속 부딪힙니다.
그런 에블린에게 갑자기 수많은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세계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에블린이 존재합니다.
어떤 우주에서는 무술의 달인이 되어 있고, 어떤 우주에서는 유명한 배우가 되어 있으며, 또 다른 우주에서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다른 내가 있다’는 상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도 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조금 더 용기를 냈다면?
지금보다 훨씬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
영화는 바로 그 상상을 실제 세계로 만들어버립니다.
수많은 에블린이 존재하고, 각각의 에블린은 서로 다른 선택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영화가 결국 도달하는 곳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어쩌면 내가 지금 가진 삶이 가장 특별하지 않은 삶처럼 느껴져도, 그것 역시 내가 선택해온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결국 나에게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영화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가까워서 더 어려운 관계
이 영화에서 멀티버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입니다.
에블린과 딸 조이의 관계는 가까워서 더 복잡합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걱정하기 때문에 간섭하게 되고, 좋은 뜻으로 한 말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는 이런 순간이 많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자식에게는 그 말이 자신의 삶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에블린 역시 딸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늘 딸에게 필요한 방식은 아닙니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가족을 무조건 따뜻하게만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항상 서로를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상처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고, 그 기대가 서로를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에블린과 조이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거대한 멀티버스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가 느껴집니다.
수많은 우주를 오가는 영화인데도 가장 마음에 남는 순간은 결국 가족 사이에서 오가는 아주 짧은 말과 표정입니다.
✦ 정신없이 웃기다가 갑자기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장르를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SF 영화처럼 시작했다가 액션 영화가 되고, 갑자기 코미디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웃음 뒤에 상당히 깊은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영화는 아주 엉뚱하고 우스운 설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인데, 어느 순간 그 장면이 영화가 말하려는 감정과 연결됩니다.
이런 방식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만의 매력입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만 전달하지 않습니다.
삶의 허무함이나 가족의 갈등, 실패에 대한 후회 같은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유머를 넣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웃다가 생각하게 되고, 황당해서 웃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묘하게 먹먹해집니다.
특히 영화가 보여주는 수많은 가능성은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내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해도, 그 세계의 내가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지금의 내가 평범하고 부족해 보여도 그 안에는 지금만 가질 수 있는 관계와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유머는 단순히 웃기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삶의 무게를 조금 가볍게 바라보게 만드는 방법처럼 느껴집니다.
✦ 모든 가능성을 지나 결국 남는 것은 지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설정이 아니라 그 설정을 통해 현재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늘 더 나은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 속 에블린은 수많은 가능성을 직접 확인한 뒤에도 결국 지금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그 선택이 특별한 이유는 지금의 삶이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엉망이고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남편이 있고, 딸이 있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이 있습니다.
영화는 ‘지금의 삶이 최고다’라고 단순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완벽하지 않은 삶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메시지가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쉽게 다른 삶과 비교합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고 내 삶이 부족해 보일 때도 있고, 과거의 선택을 떠올리며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삶만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정작 지금 내 앞에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바로 그 지점을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상상력으로 풀어냅니다.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떤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영화가 내놓는 답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계를 조금 더 잘 바라보는 것.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것.
어쩌면 거대한 우주를 구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처음의 정신없는 액션보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오래 남습니다.
‘다른 삶을 살았으면 더 행복했을까?’
아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삶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멀티버스 영화가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현재의 삶을 다시 선택하는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엉뚱하고 정신없고 때로는 지나치게 과감하지만, 그 모든 것을 지나고 나면 결국 가족과 사랑, 후회와 선택이라는 아주 익숙한 감정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평범한 삶의 가치를 이야기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영화 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마지막에는 오히려 아주 단순한 감정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지금 내 삶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과 지금의 삶을 사랑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리고 결국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적어도 그 삶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봐도 좋겠다고.
개인 평점은 ⭐⭐⭐⭐⭐ 5 / 5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