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앤서니 루소, 조 루소
개봉|2019년
장르|액션, SF, 슈퍼히어로
러닝타임|181분
주연|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릿 조핸슨, 마크 러펄로, 제러미 레너
개인 평점|⭐⭐⭐⭐⭐ 5 / 5
2026년 12월 18일, 새로운 어벤져스가 돌아온다.《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개봉을 앞두고 지금 다시 꺼내볼 만한 영화가 있다. 바로 MCU의 한 시대를 사실상 마무리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다.
마블 공식 일정에서도 《둠스데이》는 2026년 12월 18일 개봉 예정으로 안내되고 있다.《엔드게임》은 처음부터 평범한 히어로 영화가 아니었다.
10년 넘게 이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수많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한 작품으로 모였고, 무엇보다 관객이 오랫동안 지켜본 영웅들의 마지막 선택과 이별을 다룬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다시 보면 단순히 “어벤져스가 타노스를 물리치는 영화”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은 패배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그리고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에 있다.
✦ 타노스에게 패배한 뒤, 어벤져스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긴 뒤 우주의 절반이 사라진다. 그리고 《엔드게임》은 그 사건을 곧바로 해결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패배 이후의 세계다.
호크아이 클린트 바턴은 가족을 잃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고, 토르는 타노스를 죽였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다. 캡틴 아메리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계속 움직이지만 과거의 어벤져스처럼 힘차게 싸우는 모습은 아니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우주에서 돌아오지만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다. 여기에 블랙 위도우 나타샤는 사라진 사람들을 되찾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인다.
이 장면들이 중요한 이유는 《엔드게임》이 처음부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미 잃어버린 것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타노스를 찾아가 인피니티 스톤을 없애버리면 모든 것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타노스는 스톤을 파괴해버렸다. 그리고 영화는 이 무력감을 상당히 오래 끌고 간다. 그래서《엔드게임》의 초반부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히어로 영화와 조금 다르다.
영웅들이 다시 모여서 곧바로 반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패배를 견디는 시간을 먼저 보여준다. 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의 반격이 훨씬 강하게 다가온다.
✦ 5년 뒤, 어벤져스에게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찾아온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던 순간, 스콧 랭이 돌아온다.《앤트맨과 와스프》의 마지막에서 양자 영역에 갇혔던 앤트맨은 자신에게는 몇 시간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실제로는 5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발상이 나온다. 양자 영역을 이용하면 시간을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토니 스타크는 처음에는 이 계획을 거부한다. 이미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다시 위험한 일을 시작하면 지금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토니는 시간 여행의 방법을 찾아낸다.
이때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앞부분이 상실과 후회에 가까웠다면, 이제부터는 과거로 돌아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되찾으려는 마지막 작전이 시작된다. 어벤져스는 과거의 주요 사건으로 돌아가 인피니티 스톤을 하나씩 가져오기로 한다.
뉴욕 전투 당시의 스페이스 스톤과 타임 스톤, 아스가르드에 있던 리얼리티 스톤, 보르미르의 소울 스톤 등 과거 MCU에서 이미 등장했던 사건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연결된다. 여기서 《엔드게임》의 재미가 생긴다. 우리가 이미 봤던 영화의 장면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벤져스》에서 벌어졌던 뉴욕 전투를 다시 보고, 《토르: 다크 월드》의 장면을 다시 만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봤던 사건까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지난 10년의 영화들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엔드게임》을 완성하기 위한 기억의 조각처럼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다.
✦ 과거로 돌아갔지만,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 여행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면서 어벤져스는 자신들이 이미 지나온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토니는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 만나고, 스티브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토르는 어머니 프리가와 다시 만나 자신이 실패한 아들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토르의 이야기는 《엔드게임》에서 의외로 중요한 부분이다. 타노스를 죽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 때문에 무너졌던 토르는 자신이 더 이상 예전의 토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힘이나 외모, 왕으로서의 능력이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엔드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모든 캐릭터가 단순히 싸우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과거와 다시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를 바꾸는 것과 과거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어벤져스는 사라진 사람들을 되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지만, 자신들이 잃어버린 시간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 나타샤와 클린트, 소울 스톤이 요구한 가장 잔인한 선택
시간 여행을 통해 대부분의 인피니티 스톤을 확보하지만 마지막에는 소울 스톤이 남는다. 그리고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 한다. 보르미르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나타샤와 클린트는 서로 희생하려 한다.
둘은 오랫동안 함께 싸워온 동료이자 가족 같은 관계다. 그래서 이 장면은 단순히 “누가 죽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액션 장면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살아남는 것보다 상대방이 살아남기를 원한다.
결국 나타샤가 희생하고 클린트가 살아남는다.《엔드게임》에서 나타샤의 죽음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가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어벤져스와 함께했지만 다른 영웅들처럼 신이나 외계인도 아니고,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택을 한다. 누군가를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주는 것.
이 선택이 있었기에 최종 전투가 가능해졌고, 동시에 어벤져스가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지도 분명해진다.
✦ 다시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타노스의 마지막 반격
브루스 배너가 손가락을 튕겨 사라졌던 사람들을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타노스가 어벤져스의 계획을 알아채면서 상황은 다시 뒤집힌다.
타노스는 미래로 건너와 현재의 지구를 공격한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장면이 나온다. 어벤져스가 다시 모인다.
스티브 로저스가 방패를 들고 혼자 타노스와 맞서는 순간부터 시작해, 포털이 열리고 사라졌던 영웅들이 하나씩 전장에 나타난다. 이 장면이 강력한 이유는 단순히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기 때문이 아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봐왔던 인물들이 한순간에 같은 화면에 모이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들어 올린다.
토르가 오랫동안 자신만의 상징처럼 가지고 있던 무기를 스티브가 사용하는 순간, 그 장면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티브가 정말로 묠니르를 들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그의 이야기가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영웅이 모여도 타노스는 강하다. 마지막에는 토니 스타크가 인피니티 스톤을 이용해 직접 손가락을 튕긴다. 그리고 타노스와 그의 군대가 사라진다.
토니는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마지막 선택
토니 스타크의 죽음이 《엔드게임》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이유는 단순히 인기 캐릭터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다.
MCU의 시작을 열었던 사람이 바로 토니였기 때문이다. 2008년 《아이언맨》에서 처음 등장했던 토니 스타크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름과 능력, 돈과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다른 사람의 희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건을 거치면서 토니는 달라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딸 모건을 남겨둔 채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영화 초반 토니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간 여행을 거부했던 것과 연결하면 이 선택은 더 묵직해진다.
토니는 결국 가족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가족까지 살리는 선택을 한 것에 가깝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I am Iron Man” 은 그래서 단순한 멋있는 대사가 아니다. 처음 《아이언맨》에서 자신의 정체를 세상에 공개했던 문장이 마지막에는 그의 희생을 완성하는 문장이 된다.
한 캐릭터의 시작과 끝이 같은 문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것이 《엔드게임》이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를 내려놓는 순간
토니의 죽음 이후 또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가 남는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다. 스티브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시간 여행을 이용해 인피니티 스톤을 원래의 시간으로 돌려놓은 뒤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 남아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페기 카터와의 삶을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온 스티브는 더 이상 젊은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늙은 모습으로 벤치에 앉아 있고, 자신의 방패를 샘 윌슨에게 건넨다. 이 장면은 단순히 캡틴 아메리카가 은퇴하는 장면이 아니다.
스티브 로저스가 드디어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토니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했다면, 스티브는 마지막에 자신이 원했던 삶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결말은 서로 다르지만 그래서 더 잘 어울린다. 한 사람은 끝까지 희생하고, 다른 한 사람은 마침내 자신의 행복을 선택한다.
✦ 《엔드게임》은 왜 지금 다시 봐야 할까
《엔드게임》이 개봉했을 당시와 지금 다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개봉 당시에는 10년 동안 이어진 MCU의 결말이라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의미였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앞두고 다시 보면 조금 다른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 엔드게임》은 MCU의 모든 이야기를 끝낸 영화가 아니라 한 시대의 문을 닫은 영화에 가깝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떠났고, 나타샤의 이야기도 끝났다. 반면 새로운 세대의 영웅들이 남았다. 그리고 이제 《둠스데이》에서는 새로운 어벤져스와 기존 캐릭터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마블은 2026년 7월에도 새로운 《둠스데이》 예고편을 공개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엔드게임》을 다시 보는 것은 단순한 추억 여행이 아니다. 새로운 어벤져스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전 세대가 무엇을 남겼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엔드게임》에서 중요했던 희생과 계승이라는 주제는 앞으로의 MCU를 바라보는 데도 의미가 있다.《엔드게임》 이후의 세계는 이미 이전과 같지 않다. 그리고 《둠스데이》는 바로 그 변화 이후의 이야기를 다시 펼치게 된다.
✦ 하빗스토리 감상평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다시 보면 처음 개봉했을 때보다 오히려 이야기의 끝이라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당시에는 화려한 전투와 수많은 캐릭터의 등장에 압도됐다면, 시간이 지난 지금은 토니가 딸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스티브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순간, 나타샤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장면들이 더 오래 남는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노스를 쓰러뜨린 것이 아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증명한 것이다.
토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고, 나타샤는 동료를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았으며, 스티브는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자신의 행복을 선택했다. 그래서 《엔드게임》은 거대한 슈퍼히어로 영화이면서 동시에 오래 함께했던 캐릭터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제 《어벤져스: 둠스데이》가 그 다음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영웅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빈자리를 이어갈지 궁금하다면, 지금《엔드게임》을 다시 보는 것은 꽤 좋은 선택이다.
“끝났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영화가 아니라, 끝나는 방식까지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