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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트레인지 달링》 리뷰|순서를 뒤집는 순간, 익숙한 스릴러가 낯설어졌다, 처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영화

by page& 2026.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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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agenta Light Studios / Miramax

감독 J.T. 몰너
개봉일 2024년 8월 23일
장르 스릴러, 범죄, 호러
러닝타임 96분
주연 윌라 피츠제럴드, 카일 갤너, 에드 베글리 주니어, 바버라 허시
개인 평점 ⭐⭐⭐⭐½ 4.5 / 5

 

영화를 볼 때 우리는 보통 이야기의 순서를 믿습니다.

처음에 사건이 일어나고, 그다음에 원인이 밝혀지고, 마지막에는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그런데 《스트레인지 달링》은 그 익숙한 방식을 처음부터 비틀어버립니다.

영화는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총 6개의 챕터를 뒤섞어 배치하면서 관객이 이미 본 장면을 다른 의미로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용을 따라가는 것보다 화면에서 보여주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추격 스릴러처럼 보입니다.

한 여자가 도망치고, 한 남자가 쫓아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 쫓기는 여자와 쫓는 남자, 그런데 이야기가 이상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자 ‘레이디’는 다급하게 도망치고 있고, 남자 ‘데몬’은 그녀를 뒤쫓습니다.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자연스럽게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왜 여자는 도망치고 있을까.

남자는 왜 그녀를 쫓고 있을까.

그리고 두 사람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

 

보통의 스릴러라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인지 달링》은 반대로 갑니다.

 

이미 결과에 가까운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그다음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래서 관객은 사건을 처음부터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게 됩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반전을 숨기기 위한 장치’라고만 보기에는 꽤 영리합니다.

같은 인물을 보고도 어느 장면을 먼저 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관객에게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맞을까?’

 

그 질문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따라옵니다.


✦ 이야기를 뒤집으니 장르의 표정도 달라진다

《스트레인지 달링》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야기를 뒤섞는 것 자체보다, 그 때문에 장르의 느낌까지 계속 바뀐다는 데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추격 스릴러처럼 보이고, 또 어떤 순간에는 범죄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때로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심리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장르로 쉽게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영화는 관객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스릴러의 공식을 가져온 뒤 그 기대를 계속 어긋나게 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게 됩니다.

 

특히 앞에서 봤던 장면이 뒤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관객은 ‘아, 그래서 그 장면이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은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미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대사나 행동이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평론에서도 이 영화의 비선형적인 구조와 끊임없는 오해 유도가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언급됩니다.


✦ 35mm 화면에 담긴 낯선 아름다움

이 영화에서 이야기 구조만큼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면입니다.

《스트레인지 달링》은 35mm 필름으로 촬영됐습니다. 촬영감독은 배우로도 잘 알려진 지오바니 리비시입니다.

 

디지털 영화에서 느끼기 어려운 거친 질감과 강한 색감이 영화의 불안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특히 붉은색과 노란색 같은 강렬한 색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면서 영화 전체가 현실과 악몽의 중간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대칭적인 구도와 강한 클로즈업, 움직임이 많은 장면들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지 않고 화면만 보고 있어도 꽤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 부분은 《스트레인지 달링》을 단순한 저예산 스릴러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영화의 제작비 규모보다 화면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더 집중한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지오바니 리비시의 촬영은 배우의 표정과 공간의 분위기를 동시에 살려냅니다.

화려한 화면을 보여주기 위한 촬영이라기보다 불안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만들어내는 촬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화면 자체가 영화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 가장 강렬한 것은 결국 윌라 피츠제럴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는 윌라 피츠제럴드입니다.

그녀가 연기한 ‘레이디’는 영화의 중심에 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인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관객이 그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인상이 계속 달라집니다.

겁에 질린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냉정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순간에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계속 달라지는 인물을 연기하려면 표정과 말투, 몸의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윌라 피츠제럴드는 그 변화를 상당히 강하게 보여줍니다.

 

카일 갤너가 연기한 ‘데몬’ 역시 영화의 긴장감을 만드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은 장면에 등장하는 순간마다 ‘이번에는 누가 우위를 가지고 있는가’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가 가진 불안한 분위기는 결국 두 배우의 연기에서 상당 부분 만들어집니다.


✦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영화

《스트레인지 달링》은 친절한 영화는 아닙니다.

 

관객에게 모든 정보를 순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요즘 스릴러 영화들은 반전을 위해 많은 정보를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인지 달링》은 정보를 숨기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정보를 보여주는 순서 자체를 바꿉니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앞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어 보였던 장면이 나중에는 중요한 단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사실은 다른 의미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일반적인 스릴러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평론에서는 지나치게 관객을 속이는 구조가 피로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영화가 보여주는 성별 권력 관계와 폭력에 대한 메시지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 불편함까지 포함해서 이 영화가 꽤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완벽하게 설명되는 영화보다 보고 난 뒤 ‘내가 방금 본 게 뭐였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가끔 있습니다.

《스트레인지 달링》이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도록 계속 시선을 흔든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35mm 필름의 질감과 강렬한 색감, 윌라 피츠제럴드와 카일 갤너의 연기가 그 독특한 구조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미리 알고 본다면 《스트레인지 달링》이 의도한 가장 중요한 재미 중 하나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평점은 ⭐⭐⭐⭐½ 4.5 / 5입니다.

 

흔한 스릴러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는 선택입니다.

다만 잔인한 장면과 성적인 소재가 포함된 작품이라 누구에게나 편하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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