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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여운 것들》 리뷰|새로운 세상을 만나 여행하고, 자유를 배우며, 자신의 삶을 선택한 벨라

by page& 2026.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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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것들 포스터
이미지 출처 : Searchlight Pictures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개봉일 2023년 12월 8일
장르 판타지, 코미디, 드라마, SF
러닝타임 141분
주연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라미 유세프
개인 평점 ⭐⭐⭐⭐½ 4.5 / 5

 

 

《가여운 것들》을 처음 보면 꽤 당황스럽습니다.

 

화면 속 세상은 익숙한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합니다.

건물과 거리, 의상과 인물의 모습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시대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조금 더 보고 있으면 이 낯선 세계가 오히려 영화의 이야기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벨라 백스터에게 세상은 처음부터 낯선 곳이기 때문입니다.

 

벨라는 천재적이지만 괴짜 같은 과학자 고드윈 백스터 박사에 의해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여성입니다.

처음의 벨라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말도 서툴고, 행동도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려 합니다.

먹고 싶으면 먹고, 궁금하면 질문하고, 가고 싶으면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벨라는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여성이었지만,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랑과 욕망을 경험하면서 점점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가여운 것들》은 독특한 판타지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결국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로 남습니다.


✦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벨라

벨라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세상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것은 하면 안 되고, 저것은 예의가 아니고,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저래야 한다는 식의 수많은 기준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벨라는 그런 기준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벨라의 질문이 더 솔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왜 안 되는지 모르겠는데 왜 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숨기는 걸까.

왜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려 하는 걸까.

벨라는 이런 질문을 거리낌 없이 던집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던 벨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입니다. 영화의 공식적인 소개에서도 벨라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호기심을 따라 여러 대륙을 여행하며 평등과 자유에 대한 자신의 목적을 찾아가는 인물로 설명됩니다.

 

그래서 벨라의 성장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얻는 과정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 세상을 여행하면서 발견한 것은 자유였다

벨라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순간은 집을 벗어나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그녀는 덩컨과 함께 리스본을 비롯한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만납니다.

 

화려한 거리도 보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자신이 몰랐던 욕망과 현실도 마주합니다.

이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닙니다.

벨라에게는 세상을 배우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신기합니다.

음식도, 춤도, 사람도, 사랑도 벨라에게는 하나의 새로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만 발견하지 않습니다.

가난과 불평등, 폭력과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도 보게 됩니다.

 

그때부터 벨라의 생각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중요했다면, 점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 변화가 영화에서 꽤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자유는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벨라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영화 속 여행은 벨라가 공간적으로 이동하는 과정인 동시에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 기괴한데 이상하게 아름다운 세계

《가여운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미장센을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도 독특하지만 화면은 더 독특합니다.

 

현실적인 시대극을 만드는 대신, 현실과 동화와 악몽이 섞인 것 같은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어안렌즈를 사용한 화면은 공간을 과장하고 뒤틀어 보여줍니다.

 

건물과 거리도 평범하게 보이지 않고, 인물들이 있는 공간 역시 마치 거대한 장난감 세트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시각적 왜곡은 단순히 예쁜 화면을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벨라가 바라보는 낯선 세계를 관객도 함께 경험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의상 역시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벨라의 옷은 시대극의 전형적인 의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고, 과감하고 자유로운 인물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 변화가 벨라의 성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색감도 상당히 강렬합니다.

분홍색과 파스텔톤의 공간이 등장하다가도 갑자기 어둡고 불편한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다음 장면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대비가 영화의 매력입니다.

 

《가여운 것들》의 세계는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불편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상함 때문에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 결국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는 것

영화가 진행될수록 벨라는 자신을 만든 사람이나 자신과 관계를 맺은 남성들의 기준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벨라를 보호하고 통제하려 합니다.

하지만 벨라는 그 틀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녀는 계속 질문하고, 경험하고, 배우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누군가에게 보호받는다는 것이 반드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관계도 상대방의 선택을 제한하기 시작하면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벨라가 성장할수록 주변 남성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그녀의 순수함을 귀엽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그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불편해합니다.

 

특히 자신이 벨라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들이 그렇습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여성의 자유와 사회가 정해놓은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하지만 벨라의 이야기를 단순히 ‘여성이 남성에게서 독립하는 이야기’로만 보는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더 넓게 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 누구와 관계를 맺을 것인지,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국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하게 두지 않는 것입니다.

 

벨라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자유로워 보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진짜 자유에 가까워졌다고 느껴집니다.

 

《가여운 것들》은 그래서 이상하고 기괴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꽤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기준을 배우고,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벨라의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질문을 아주 극단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세상을 모르는 한 여자의 이야기였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여운 것들》은 스토리만 놓고 보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감한 성적 표현과 기괴한 설정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실제로 여러 평론에서도 이 영화의 강한 성적 표현과 불편한 소재가 중요한 특징으로 언급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볼 만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익숙한 방식으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면은 기괴하고 이야기는 과감하지만, 그 안에서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질문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정해준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가여운 것들》은 그런 이야기를 가장 낯설고 화려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개인 평점은 ⭐⭐⭐⭐½ 4.5 / 5입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강렬한 미장센을 좋아하고, 영화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하나의 시각적 경험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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