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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리뷰│1919년 그날의 시작, 유관순의 선택, 끝나지 않는 저항,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by page& 2026. 8. 15.

항거 포스터

 

감독 조민호
개봉일 2019년 2월 27일
장르 드라마, 시대극
러닝타임 105분
주연 고아성, 김새론, 김예은, 김현수
개인 평점 ⭐⭐⭐⭐⭐ 5 / 5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소개할 영화는 조민호 감독의 《항거: 유관순 이야기》입니다.

 

유관순 열사의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영화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짧게 배웠던 독립운동가의 모습보다 한 사람의 소녀였던 유관순의 마지막 시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이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는지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1919년, 그날의 시작

영화는 1919년 3월 1일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독립을 외치는 만세운동이 일어나고, 유관순 역시 이 거대한 움직임에 참여합니다.

 

당시 유관순은 이화학당에 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평범하게 공부하고 친구들과 생활하던 소녀였지만, 나라의 독립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거리로 나서게 됩니다.

 

영화는 3·1운동의 규모를 거대한 군중 장면으로만 보여주기보다 유관순이라는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봅니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도 있었고, 상인도 있었으며, 평범한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들고 있던 것은 무기가 아니라 태극기였고, 그들이 외친 것은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외침에는 분명한 위험이 따랐습니다.

일제의 탄압이 시작되면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체포되기 시작했고, 유관순 역시 결국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영화는 이 순간부터 독립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리에서 감옥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항거》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유관순, 한 소녀의 선택

《항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유관순을 처음부터 완성된 독립운동가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아직 열일곱 살의 학생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가족을 걱정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그런 소녀가 시대의 한가운데에 놓이면서 자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영화 속 유관순은 처음부터 두려움이 없는 인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택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부분이 영화에서 중요합니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이 있어도 행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유관순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면서도 독립을 외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서대문형무소에서의 긴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영화는 그녀의 선택을 거대한 영웅담으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소녀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마주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관객은 유관순을 역사책 속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아갔던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서대문형무소, 끝나지 않은 저항

영화의 중심은 서대문형무소입니다.

이곳에서 유관순은 심한 고문과 열악한 환경을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고통만이 아닙니다.

감옥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독립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여성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생활하는 장면을 통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유관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좁은 감옥 안에서도 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밖에서는 자유롭게 외칠 수 없었던 사람들이 감옥 안에서 다시 목소리를 내는 모습입니다.

 

그들에게 만세를 외치는 행위는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있는지를 잊지 않기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장면들을 크게 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제된 화면과 흑백에 가까운 색감을 통해 감옥 안의 답답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거대한 전투 장면 없이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표정과 목소리,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당시 사람들이 겪었을 고통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여줍니다.

 

그래서 《항거》는 전쟁이나 전투를 다룬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제강점기의 현실을 전달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항거 포스터2

 

※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관순은 서대문형무소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고, 결국 1920년 9월 28일 감옥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광복은 그로부터 25년 뒤에 찾아왔습니다.

 

유관순은 자신의 생전에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면 마지막 장면이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녀가 거리에서 만세를 외쳤던 순간에도, 감옥 안에서 다시 목소리를 냈던 순간에도 자신이 언젠가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항거》가 보여주는 것은 유관순 한 사람의 희생만이 아닙니다.

 

영화 속에는 함께 감옥에 갇힌 수많은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역사책에서 이름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독립을 외쳤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인 '항거'라는 단어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항거는 거창한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뜻을 포기하지 않는 것, 두려움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부당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것 역시 항거일 수 있습니다.

 

광복절은 단순히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만은 아닙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견뎌냈는지를 함께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바로 그 시간을 한 소녀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유관순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과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광복절에 이 영화를 한 번쯤 다시 보는 의미가 있습니다.

 

17세의 소녀가 선택했던 그날의 행동과, 그 선택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시간을 다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복은 누군가에게는 역사책 속 한 줄의 기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고 기다렸던 날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 이름을 잊지 않는 것이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평점은 ⭐⭐⭐⭐⭐ 5 / 5 입니다.